조선일보에 비친'모던 조선'
급한 우편물 운송 위해 '비둘기 집배원' 채용
중전마님
2021. 2. 9. 19:52
급한 우편물 운송 위해 '비둘기 집배원' 채용
1921년 여름 만주를 관할하는 일본 경찰이 자체 통신 수단을 일신한다며 처음 도입한 '신한 장비'는 수십 마리 비둘기들이었다. 당시 7우러16일자 조선알보 기사에 따르면 만주 지역에 마적단들이 출현 했을 때, 산악 지역 파출소에서 본서로 긴급 보고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둘기만 한 게 없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깊은 게곡에서도 무전기는 먹통이고 우마차를 타고 가 보고하려면 이틀이 걸렸는데, 비둘기는 수백km 떨어진 곳까지 시속 70km안팎으로 날아가 메시지를 전했다.성공률95% 가까이 됐다. 동물 중에서도 집으로 돌아가려는 귀소(歸巢) 본능이 강하기로 첫손 꼽히는 비둘기는 멀리는 고대 아잡트 때 부터 통신용으로 썼다고 전해진다. 다리에 편지를 묶고 날려 보내는 비둘기를 전서구(傳書鳩 . homing pigeon)라 부른다. 일찌감치 군용으로도 쓰였다. 제1,2차 세계대전 때영국군,프랑스군, 독일군 등은 수많은 비둘기를 '징집' 해 작전통신병으로 활용했다. 군사 작전 때 전서구 통신을 앞다퉈 쓴 것은 첨단 무선 통신도 따라올 수 없는 중요한 장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적군의 도청이나 전파 방해를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점이다. 독일군은 영국군의 전서구 텅신을 차단하려고 매를 훈련시켜 날려 봤으나 워낙 많은 비둘기를 일일이 잡을 수 없어실패했다. 중일전쟁때 상해에서 벌인첩보전에서일본이 사용한 전서구에 관해 당시 본지는 "전서구 발목에 달린 암호는 여하한 신예 무기도 막을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한다"(1937년 8월26일자)고 쓰기도 했다. 일본 강점기 이 땅에서 전서구는 급한 우편물 운반도 담당핶던 '체신부 직원' 이었다. 이 비둘기가 우편물을 운반하고가는 도중 매나수리같은 맹금류의 공격을 받아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자 당국은 주민들에게 '부상한 체신국 비둘기들을 보면 신고하거나 치료해 달라'며 사례금까지 내걸었다. 1934년 3월25일자 본지 기사에 따르면 비둘기를보호유치하고 당국에 알리면 50전(약 1만원), 보호하여 가지고 온 경우엔 1원을 지급하겠다는게 당국의 발표다. 전서구통신은 오늘날에도사용된다.작년 12월17일자 연합뉴스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청두(成都) 군구는 통신 수단이 여의치 않은 산악 부대 간의 연락을 위해 통신용 비둘기 1만 마라를 훈련시켜 운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무전기는 어디에다 팔아먹고 웬 비둘기?" 하는 식으로 냉소하는 인테넷 댓글이 달렸으나 뭘 모르는 소리다. 달에 우주선을 보내려는 중국도 무시 못할 만한 쓸모가 있는 비둘기 통신의 역사는 이렇게 오래 이어지고 있다.(김명환 사료연구실장)
조선일보 2011년 3월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