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수직적 연대로 협력하는 정치
수평적, 수직적 연대로 협력하는 정치
요즈음 여야 의원들의 소통과 협력은 사실상 실종 상태 같습니다. 공식적 회의 외에 함께 만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친목도 다지는 기회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작년 12월 정당을 초월한 국회의원들의 공부 모임인 '독일협치연구포럼' 이출범하였습니다.김종민 의원(민주당)과 박수영 의원(국민의 힘)을 대표
의원, 양기대 의원(민주당)과 최형두 의원(국민의 힘)을 연구 책임 의원으로 하여, 독일의 협력 정치를 구체 례를 통해 공부해 우리 정치도 변화시켜 보자는 취지입니다. 12월13일 추룬 새벽에 포럼 출범 특강의 발제자로 불려 나갔습니다. 양당은 물론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그리고 박병석 전 국회의장도 나오셨더군요. 국회의장께서 그 새벽에 나오신 이유는, 오랜 정치 경험에서 지금 이대로는 곤란하고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정치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격려하고자함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기자는 이런 모임은 참 오랜만이라며 이 자체로 기사감이라고 신기해하였습니다. 저의 강연은 "제19대 국회에서도 독일 공부 모임이 있었으나 그때는 여당은 남경필 의원, 야당은 원혜영 의원을 대표로 하여 별도로 모임을 진행한 결과 독일에 관해 공부한 내용도 서로 지가들에게 유리하게 이해하고 주장하여 다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여야가 함께하니 그런 위험은 없어져 다행" 이라는 우스개로 시작하였습니다. 독일의 협치(협력 정치) 내지 연정(연립정부)의 관행은 한 정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느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정당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 제도와 다당제 때문이지요. 독일은 1949년 건국 후 지금까지 예외없이 연정을 하였습니다. 연정 협상은 연정 파트너끼리 장관직을 배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거 기간 중 달리하였던 공약을 협상을 통해 단일한 정책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타결된 연정 협약서는 A4 용지 수백 페이지에 이릅니다. 그래서 연정이라하여 국정 운영이 불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같은 시대의 협력 정치 즉 '수평적 연정' 이라 한다면, 다른 시대의 협력 정치 즉'수직적 연대' 는 독일 협치의 다른 모습입니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전임 정부의 많은 정책이 후임 정부에서 조정, 진화되면서 계승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도 좌파 사민당 출신 빌리 브린트 총리가 동서 냉전 해소와 평화 정착을 위해 소련, 동독 등과 교류 협력하기를 내세운 동방 정책입니다. 중도 우파 기민당은 초기에 이를 동서독 분단 고착 정책이라 비난하며 반대했으나, 나중에 기만당 헬무트 콜 총리는 이를 계승하여 독일 통일까지 완성하였습니다. 1970년대 중반 소련이 동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 SS-20을 배치하자 사민당 출신 헬무트 슈미트 총리는 다수 사민당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퍼싱- 2 핵미사일 배치 및 핵 폐기 협상을 벌이기로 하는 이중 결정 정책으로 맞섭니다. 공포의 균형이 없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면서, 후임 헬무므 콜 총리는 이 정책을 계승해 핵 배치 및 폐기 협상을 거쳐 슈미트가 계획한 대로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또 이것이 베를린 장벽 붕괴 및 통일로 연결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이 통일 후유증으로 경제 침제를 겪으며 '유럽의 병자'라는 비아냥을 받을 때, 사민당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감세, 복지축소, 고용 유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사회 노동 개혁을 단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자당 지지자 이탈로 선거에서 패배하고 기민당 출신 앙겔라 메르켈에게 총리직을 넘겼으나 메르켈이 사민당과 대연정을 하며 이 정책을 밀고 나가 독일을 다시 '유럽의 성정 엔진'으로 변모시켰습니다. 정당 상호 간의 수평적, 수직적 협력을 통하여 국가 발전을 이루어가는 독일 의 예를 소개하며,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맹목적 대립이나 증오를 넘어 우리 실정에 맞는 협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전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