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따뜻한 동료애
얼마 전에는 우니나라 출신의 장애인 학생을 위해 하버드 행정대학원이 건물 구조까지 바꿨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장애인에 대한 편의 시설이 개선되고, 비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연계에는 언뜻 보면, 늙고 병약한 개체들은 어쩔 수 없이 늘 포식자의 밥이 되고 마는 비정한 세계처럼만 보인다.
하지만 인간에게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고래들의 사회는 다르다.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결코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다친 동료를 여러 고래들이 둘러싸고 거의 들어나르듯 하는 모습이 고래학자들의 눈에 여러 번 관찰되었다.
그물에 걸린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그물을 물어뜯는가 하면 다친 동료와 고기잡이배 사이에 과감히 뛰어들어 사냥을
방해하기도 한다.
고래는 비록 물속에 살지만 엄연히 허파로 숨을 쉬는 젖먹이동물이다. 그래서 부상을 당해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무엇보다도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쉴 수 없게 되므로 쉽사리 목숨을 잃는다. 그런 친구를 혼자 등에 업고 그가 충분히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떠받치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고래들은 또 많은 경우 직접적으로 육체적인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무언가로 괴로워하는 친구 곁에 그냥 오랫동안 있어주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에게도 휠체어를 직접 밀어 줄 사람들보다 그들이 스스로 밀고 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주고 따뜻하게
함께 있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당당하게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준 후 그저 다른 이들을 대하듯 똑같이만 대해 주면 될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자세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밝혀질 일이겠지만 남을 돕는 고래가 모두 다친 가족이거나 가까운 친척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이 그렇듯이 장애인 동생을 보살피는 것과 전혀 연고도 없는 장애인을 돕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상당한 고래를 등에 업고 있는 고래가 가족이나 친척으로 밝혀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다친 고래를
가운데 두고 보호하는 그 모든 고래들이 다 가족일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
우리처럼 장애인의 날이 있어 "장애고래를 도웁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배웠을 리 없건만, 결과만 놓고 보면 고래들이
우리보다 훨씬 낫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효형출판
2018.11.18 실로암요양원 효명교회 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