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시간여행 15

'600만불 사나이 흉내 추락사' 등

'600만불 사나이 흉내 추락사' 등 미 TV 드라마 모방 참사 3년 새 4건 1977년 9월 2일 오전 9시쯤 서울 풍납동 천호대교 남단에서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폭발적 인기의 미국 TV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 에 심취한 6살 소년이 초인적 능력의 주인공 오스틴 대령처럼 점프해 보겠다며 9m 아래로 뛰어내려 숨졌다. 소년은 평소 밤늦도록 시청할 정도로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다. 종종 안방 화장대에 올라가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지만 아무도 참변을 막지 못했다. 그날 소년은 다리 난간에 올라가, 다라온 두 친구에게 "내가 뛰어내리는 걸 잘봐"라고 말하면서 몸을 날렸다. 조선일보가 다음날 사회면 톱으로 특종 보도란 이 사건은 어린이가 TV에 너무 몰입했을 때 생길 수 있..

"일가족 몇 달치 쌀값 들여가며 코 수술, 젖 높이기가 웬 말이냐"

"일가족 몇 달치 쌀값 들여가며 코 수술, 젖 높이기가 웬 말이냐" 서울 강남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유령 수술'을 한 혐의로 지난주 기소됐다. 환자에겐 자신이 수술할 것처럼 말해 놓고 환자각 마취 상태에 빠진 사이에 치과의사 등이 대리 수술하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오늘의 과도한 성형 열풍을 틈탄 신종 장삿속처럼 아는 사람도 있지만, 마취 상태를 이용한 '유령의사'의 성형수술은 1960년대부터 있었다. 서울 도심의 모 의원 원장은 1968년 초부터 1년 넘도록 쌍꺼풀 등 성형수술을 받으러 온 여성들을 마취 시켜 놓고 정적 수술은 병원 조수에게 시켰다가 구속됐다. 이렇게 수술받은 사람들 중엔 콧대가 내려앉는 등 부작용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1970년 봄엔 서울의 치과의사가 무려 1000여명에게..

'커피는 사치" 정변 때마다 된서리 5.16후 한때 모든 다방서 판매금지

"커피는 사치"....정변 때마다 된서리 5.16 후 한때 모든 다방서 판매금지 1961년 5월29일 아침, 모닝 커피 한잔하러 다방에 들른 사람들은 황당한 상황에 빠졌다. 서울 시내 1150곳 다방에서 커피가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출입문엔 "협회 지시에 의하여 오늘 부터 커피를 팔지 않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치안국장은 "다방협회 관계자들이 커피를 팔지 않겠다고 자진 제의 했다'고 밝혔지만 이 말을 곧이 들을 사람은 거의 없었다. 5.16쿠데타를 일으킨 후 사회 각 부문 개혁을 군대식으로 몰아붙이던 군사정권은 양담배와 커피를 외화 낭비와 사치의 주범으로 꼽아 전면판금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주선일보 1961년5월29일자). 커피가 사라진 커피숍엔 애끛은 생강차와 유자차 냄새가 ..

"대통령 곧 下野".... 도 넘은 만우절 농담

"대통령 곧 下野"...도 넘은 만우절 농담 국회의장까지 한때 속아 정치권 파문 "박정희 대통령이 곧 하야한다." "윤보선씨, 뇌일혈로 쓰러져 중태." 1964년 4월1일 아침, 신문 호외를 만들어 뿌려야 할 메가톤급 소식이 서울 태평로 국회의사당 주변에 갑자기 퍼졌다. 만우절을 맞아 누군가가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4.19, 5.16 등 역사적 대사건을 겪은 직후였기 때문인지 만우절 거짓말의 규모가 컸다. 진상 파악에는 시간이 걸렸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파문은 간단치 않았다. 이효상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 하야 예정'이란 말을 곧이듣고는 '얼굴이 창백해져 심장마비 직전까지이르러' 혼을 뺏겼고,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원 여러분은 만우절 거짓말에 속지 않도록 하라"는 발언까지 했다(동아일..

교통사범에 초강수... 사망사고 땐 '폐차'

교통사범에 초강수.....사망사고 땐 '폐차" 경찰, 불법주차 차량 번호판 떼기도 우리 역사상 교통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가장 가혹했던 시기는 아마도 5.16쿠데타 직후부터 50일간일 것이다. 그해 5월19일 조흥만 치안국장은 뜨뜻미지근한 처벌로 질서를 잡을 수 없다며 교통사고나 법규 위반에 대한 엄벌 방침을 전 경찰에 시달했다. 처벌 수위는 경악할 만했다. "차량 전복, 추락, 화재 등 사고로 사상자가 나면 운전자는 면허취소 차량은 폐차 또는 1년 이상 운행 정지한다. 밀수품 등을 운반하거나 자가용 영업을 한 차량도 페차 처분한다....." 운전자뿐 아니라 사고 차량까지 징벌하듯 폐차토록 한 게 이채롭다. 괴속, 추월, 신호 위반등을 하다 한 번만 적발돼도 운전자는 무려3개월 면허정지다.(조선..

"즐거움 주는 거리 약장수를 許하라"

"즐거움 주는 거리 약장수를 許하라" 노인들 집단 항의에 경찰 단속 중단 "이보시오! 노인들 대접을 그렇게 하는게 아냐!" 1960년7월 대전시의 할아버지,할머니 30여명이 경찰서장에게 몰려가 집단 항의를 했다. 공터에자리 잡은 약장수를 경찰이 좇아내자 '우리 구경거리를 없애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진 것이다. 결국 경찰이 굴복해 약장수가 다시 북을 울렸다. 3개월 뒤인 10월18일엔 대구에서 똑같은 소동이 벌어졌다. 노인 50여 명은 약장수를 단속하지 말라며 대구시청과 경북경찰국에 몰려갔다(조선일보1960년 10월20일자). 4.19직후 '데모 만능시대'의 단면이기는 하지만, 길거리 약장수가 '무허가 장사꾼'이자 '엔터테이너'라는 두 얼굴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만병통치약' '회충약'을 파는 약장수는 1..

기념일마다 꼭 열렸던 '웅변대회'

기념일마다 꼭 열렸던 '웅변대회' 열변 토하다 쓰러져 사망하기도 1958년 3월3일 서울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3.1 정신 앙양 웅변대회' 도중 사고가 터졌다. '가정 윤리 재건과 여성의 사명' 이란 제목으로 연단에 선 45세 여성 김모씨가 온 힘을 다해 열변을 토하다가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했다(조선일보 1958년 3월5일자). 김씨는 3.1절에 만세를 30번이나 불렀을 정도로 나라 걱정을 많이 한 '우국(憂國)부인' 이었다. 주변에선 "웅변에 너무 열을 올리다 화를 입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회 주최 측인 대한부인회는 김씨의 장례를 부인회장(葬)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웅변대회가 그야말로 다반사(茶飯事)로 열리던 시대의 풍경이었다. 구름 같은 청중 앞에 서서 주먹 불끈 쥐며 사자후를 토하는 ..

외출 학생들 떨게 한 '교외 지도교사'

외출 학생들 떨게 한 '교외 지도교사' 극장 출입 단속하다가 도심 추격전도 1959년 7월21일 오후, 공포영화 '괴인 드라큘라'를 상영 중이던 서울 울지로 모극장 객석에 진짜 공포가 닥쳤다. "교외(校外) 학생 생활 지도교사가 단속 나왔다"는 누군가의 말에 수많은 중,고교생이 한꺼번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학생들이 뒷문으로 후다닥 줄행랑을 놓자, 상영관 입구에서 극장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지도교사들이 추격하기 시작했다. 영화 내용을 불문하고 학생들의 극장 출입을 엄하게 금지하던 1970년대 후반까지, 초만원 극장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심심잖게 빚어졌다. 학교 바깥에서 학생들 탈선을 단속하는 '교외 지도교사'가 등장한 건 1958년쯤이다. 1963년 서울의 지도교사 200명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