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폐해***
"월 1회 휴무했더니 수양은커녕 주색에 빠져"
'공휴일에 정신 수양은 하지 아니하고 주색(酒色) 등에 빠져 도리어 폐해되는 일이 많음으로 도로 폐지하기로 결정되었다...."1921년 5월24일자 조선일보에 부산 상업계가 공휴일 폐지를 결의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부산 상업계는 1920년부터 점원을 매월 하루씩 휴일을 주어 '정신 수양'을 하도록 했는데, 휴일에 수양은 고사하고 주색에 빠지는 등 폐해가 많아 폐지키로 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공휴일 폐지 결정은 우리 역사상 민간분야에서 공휴일을 최초로 도입한 지 1년도 못 돼 내려진 조치였다. 일요일에 쉬는 '주휴제(週休制)'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은 갑오경쟁 때인 1895년이지만 관청이나 준관영회사에나 적용됐을 뿐 민간에선 공휴일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 제조업과 상업이 일어나면서 1920년 들어 마산의 면포상 등을시작(5월)으로 도입되기시작했다. 조선일보는 1920년 6월23일자 "경상(京商) 공휴일결정' 기사응 통해 "경성 상공업자들은 매월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를 일제히 실행하기로 결의" 했으며 "쉬는 날 점원 등을 '유도'할 방향도 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휴일을 모르고 장사해온 상공업 분야에서 휴일제 정착은 쉽지 않았다. 일제 휴무일이던 1920년 7월 4일 일요일을 보낸 다음날 조선일보는 2면에서 '공휴일 무시의 완고한 상점' 들을 향해"공익 체면을 원치 않고 이기심만 충만하여, 남이 쉴 때 이익을 훔치는 비루한 사상" 이라고 목청 높여 비판했다. 또 3면 시가지 스케치를 통해 '종로에서 남대문 사이는 잘 지켜졌지만 종로에서 동대문, 안국동, 사동 등지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는 "공중의 면목으로도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이처럼 지지부진하더니1921년 5월에는불과 1년만에 주휴제 청회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었다. 상점 주인들의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러 업종의 점원들이 주휴제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고, 이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휴일제는 지역 상공업계뿐 아니라 포목상, 이발업자 등으로 확산됐다. 심지어 유곽(遊廓), 즉 성매매업소에서도 비록 경찰의 지시에 따라서지만 두 달에 한 번씩 공휴일을 정해 휴업(1921년8월12일자)을 결정했다. 1928년부터는 일본 금융기관이 일요일 휴무는 물론 토요일 반나절 근무에 들어가자 조선 금융계도 이듬해부터 뒤다랐으며 어느덧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확고히 자리잡았다.(김영철 디지틀뉴스부 편집위원)
조선일보 2011년 2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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