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의 풍경있는 세상

3천 명의 고아를 돌본 여인

중전마님 2022. 11. 26. 14:10

 

3천 명의 고아를 돌본 여인

 

지난달29일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지즈코)여사 탄생 110주년 기념행사가 전남 목포 공생원에서 열렸습니다. 행사에는 김영록 전남지사, 강승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등 수많은 국내 인사는 물론 일본 하다마 세이지 고치현 지사 등 일본 측 인사 수십명이 참석하였습니다. 윤학자 여사는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목포에 와서 여학교를 다니며 고아 구제 시설인 목포 공생원에서 봉사하다가 원장인 윤치호 전도사와 결혼하고 6.25전쟁 중

남편이 광주에 식량 구하러 출장 갔다 행방불명되었으나  일본으로 돌아가기 않고 평생 3000명의 고아를 돌본 분입니다. 자신의 자식들도 고아들과 함께 섞어 키웠습니다. 여사가 1968년 타계했을 때 목포역 광장에서는 3만여 명의 시민이 모인 눈물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이러한 여사의 생애가 알려지면서 많은 일본인이 목포를 찾아오고 목포 공생원과 한국 고아들의 후원자로 나섰습니다. 윤학자 여사의 장남 윤기선생은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등 6곳에 홀로 사는 한국 출신 할머니 등을 돌보는 복지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공로로 삼성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윤학자 여사의 고향은 일본 시코부 초남단의 고치현입니다. 고치시에는 2m 높이에 10톤이 넘는 큰 돌에 '사랑의 고향, 다우치  지즈코 탄생기념비' 가 여사의 탄생지 근처에 세워져 있습니다. 기념비 원석은 목포에서 구해온 것입니다. 이 일을 주도한 분은 가끔 남산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아오는 니시모리 시오초라는 분입니다.  1995년 고치현 의회 의장이던 그는 윤학자 여사를 주제로 한 '사랑의 묵시론'이라는 영화를 보고 윤 여사를 알게 되었고, 고치시의 유력 시민들과 함께 '다우치 지즈코 기념비 건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97년 '고치현 한국 우호 방문단'을 결성하여 전라남도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식민 지배가 초래한  불행한 역사에 진심으로 사죄하며 다우치 지즈코 여사를 현창하는 사업을 통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 가기로 다짐하였습니다.  그의 정치적 멘토인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우리는 한국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당신은 지방 차원에서 한국과의 우호 증진에 노력해 달라"는 당부가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전라남도 와 고치현은 2016년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한국과 고치현의 인연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의거 후 뤼순에서 재팬을 받을 때 재판관, 검사, 국선변호인, 형무소 소장, 심지어 재판 과정을 취재한 신문기자 등 많은 사람이 고치현 출신이었습니다. 이시모리  의장에게 고치(옛 토사) 풀신 엘리트들이 소외 당하자, 이들이 신천지를 찾아 함께  만주로 떠난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들은 안중근 의사의 인품에 감동하여 내복이나 사식을   넣어드렸고,  안 의사로부터 유묵을 써서 받았습니다. 귀국 후 안중근 의사의 인품을 주변에 알리고 유묵을 소중히 보관하다가 한국에 반환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2018년 니시노리 의장의 초청을 받아 고치현을 방문하여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사상과 한일우호협력' 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유묵 기증자들을 만나 감가의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고치시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저는  니시모리 의장에게 안중근 의사 기념비를 고치에 세워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면 윤학자 여사와 안중근 의사의  기념비, 그리고 료마의 흔적을 찾아 고치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 한일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니시모리 의장으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덧붙입니다. 고치는 원래 '고지' 였는데, 고치 사람들이 술을 좋아해서 밤새 술을 마시다가 새벽이 되어 해가 떠오르자 계속 밤인 양 술을 마시기 위해 "지"에서 "일"을 빼버려 '고지"가 되었다는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 국무총리)

 

 

조선일보

2022년 11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