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물건의 추억

'3대 월동 필수품'이었던 털신

중전마님 2023. 6. 29. 16:39

2015년 11월25일 (수요일) 조선일보

 

'3대 越冬 필수품' 이었던 털신

오늘엔 어르신, 스님용으로 명맥

 

40-50년 전  신문들은 11월이면 한 번쯤 월동 준비  안내 기사를 실었다. 그때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로 김장, 겨울옷과 함께 꼭 꼽았던 물건이 있다. '털신'이다. '아이들이 1년 사이에 발이 자라 털신이 혹시 작아지지는 않았는지 꼭 점검할 것' 을 권했다. 그만큼 이 신발은 1970년대까지 우리 모두의 '국민신발' 이었다. 요즘 갖가지 디자인으로 나오는 '털부츠'가 아니다. 고무신을 닮은 검정 신발에, 발목 부분에 갈색털을 덧댄 옛날 털신이었다. 찬바람 불 대 노부모를 찾아뵙던 자녀가 사들고 가는 선물이나, 아이들이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의 목록에서도 이 신발이 상위권이었다. 소설가 신경숙은 어린 날의 털신을 이렇게 회고했다. "겨울이 오면 아버지는 긴 끈 하나를 준비해서 우리 육남매 발 문수(사이즈)를 차레로 표시해서 장에 가서 털신을 사오셨어요. 자전거에 매달려 온 그 신발을 각자 찾아 신으면 그걸로 겨울이 시작됐어요."  털신의 인기가 뚝 떨어지기 시작한 건 1970년대 말부터다. 1979년 어느 신문은 '많이 나가던 털신이 경제 수준 향상에 따라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고 기사를 썼다. 사람들이 맨땅을 걸어다니는 시간이 줄면서 한겨울에도 발 시릴 일이 없어지자 털신이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어린이용은 1979년 부터 생산이 중지됐다. 겨울이 점점 포근해진 것도 한몫했다.   1968년과 1972년의 이상난동(이상난동) 땐 '털신 업계 큰 타격'이 뉴수로 다뤄졌다.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서로 뽐내는 오늘날, 옛 털신을 신은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의 방한화로는 흰색, 파란색, 빨간색의 예쁜 털신이나 어그브츠(Ugg boots : 양털부츠) 가 인기다. 새로운 털신에 밀려 오리지널 털신은 '털고무신'이니 '효도화' 니  하는 이름으로 개명(개명)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옛날 털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추억을 간직한 어르신들이 편안한 겨울 신발로 찾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고객은 스님들이다. 털신은 고무신과 함께  승려들이 가장 많이 시는 신발로 여겨진다. 조게종 소속 선승(선승)들이 지켜야하는 생활, 수행 지침을 정리한 '선원청규(선원총규)' 에서도 수행자는 오로지 흰 고무신 이나 털신및 운동화만 신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2010년 11월12일자). 세상 욕심 내려놓은 스님들에게 제격일 만큼 털신은 소박하다. 낡은 불라우스와 몸뻬를 걸친 아줌마 패션을 완성시키는 게 털신이었다. 오늘의 털신 모양도 반세기 전 그대로다. 검은 고무신에 누런 털을 붙인 그 촌스러운 디자인은 땀 흘리고 아껴 썼던 시절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명환  사료연규실장)

 

2015년 11월25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