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의 풍경있는 세상

니컬러스 효과

중전마님 2023. 8. 29. 10:20

 

니컬러스 효과

 

오래전 일입니다. 일곱 살 미국 소년니컬러스는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 중 강도의 습겫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니컬러스의 부모는 심장, 신장, 간, 췌장 등 장기와 각막을 네 청소년을 포함한 일곱 이탈리아 사람에게 기증하였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미국은 물론 온 세계가 감동하여 그 내용을 앞다투어 보도합니다. 어느 주교님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슬픔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품위 있게 이겨냈을 뿐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비극을 이탈리아와 전세계에 용기와 인류애를 전하는 모범적인 계기로 승화시켰다" 고 칭송하였습니다. 이 일로 장기 기증자가 급격히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인간 사랑의 심성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것을 '니컬러스 효과(1'effetto Nicholas)'라고 불렀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와 같은 일들이 유행처럼 번져나갔습니다. 얼마 전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이주용(24)씨가 기말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던 중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씨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들은 유족은 고인이 어디에선가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심정으로 장기 기증을 결심하여,  이씨는 심장, 폐, 간, 좌우 신장과 좌우 안구를 6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따났습니다. 이와 같은 장기 기증은 우리 사회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 기증은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또한, 장기이식 관련 의술이 발달함으로써 장기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기증자의 시신 처리 미흡을 둘러싼 언론의 부정적 보도로 인해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여 장기 기증이 줄어들었고 이후 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식 대기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약 5만 명에 이르고 기증자 수는 대기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장기이식만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현언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선진 외국들에 바하면 아쉽고 부족한 수치입니다. 장기 기증 운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장기 기증을 활성화 하여 생명 존중 사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기증자와 그 유가족을 예우하고 돌보는 알압나더, 우선 기증저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하여 작은 공원을 만들어 그곳에 기증자의 이름을 새긴 조형물을 세우는 일입니다.  이곳이 자라나는 세대를 비롯한 시민들의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하고, 유족도 수시로 찾아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선진 외국에는 이런 시설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순천만 주제 정원과 몇 개 병원의 추모 벽이 전부입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에게 걸맞지 않은 모습입니다. 또한, 기증자 유가족은 사랑하는 가족과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와 심적 고통을 겪습니다. 이를 치유해 유가족이 조속히 사회에 복귀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수 있도록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한편 장기이식 수혜자도 기증자를 알 수 없어 고마움을 표할 수 없는 것도 때로는 괴로움입니다. 그리하여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단체로 만나 아픔을 공감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도 효과적인 힐링 방법입니다. 이를 위하여 전국 각지에서 모인 기증자 유가족, 이식 수혜자, 기증 서약자,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합창을 하고 공연도 하는 것도 힐링 방법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생명의 소리 합창단'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합창단을 통해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습니다. 6년 전 이런 일들을 수행할 것을 목적으로 '재단법인 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가 설립되었습니다. 저는 장기이식 수술 권위자로서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서울의대 하종원 교수의 권유에 따라 그 일을 돕고 있습니다.   합창단 운영 외에도 유가족 심리치료 프로그램, 기증자 기념 공원 조성 등 할 일이 많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해 나가야 할 일입니다.

 

조선일보

2023년 8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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