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하기

늑대와 어린 양

중전마님 2020. 4. 29. 11:21


늑대와 어린 양

굶주린 늑대 한 마리가 시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어린 양을 만났습니다.  바로 잡아먹자니 어쩐지 양심이 찔리는 느낌이 든 늑대는 어린 양을 잡아먹는 데 대해서 무언가 그럴듯한 명분을 꾸며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늑대는 어린 것이 맑은 시냈물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나무랐습니다.

그렇게 더러운 물을 자기가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어린 양은 자신의 결백을 좀 발칙하다 싶게 당당히 주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시냇물의 하류 쪽에 있고요, 물은 늑대 아저씨가 있는 쪽에서 제 쪽으로 흐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 쪽은 물이 깨끗하잖아요!"


"그건 그렇다 치고, 넌 임마, 돌아가신 분께 너무 무례했어.

작년에 사냥꾼의 총에 맞아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넌 우리 아버지를 비웃었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얼른 도망을 쳐도 모자랄 텐데 어린 양은 바보처럼 논쟁을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씬 계산도 못하시나봐. 그때는 제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시절이에요."


마치 화가 났다는 듯한 어린양의 항변이었습니다.


"너는 다른 양들과 함께 공동 풀밭을 뜯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존중해 마지않는 사유재산권 제도를 전복하려는 공산주의자란 말이야."


이젠 진짜로 화가 난 늑대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반공연맹 회원이예요. 저도 크면 거기 가입할 거리구요."


어린 양이 자랑스럽게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렸습니다.


"난 이제 더 이상은 자기만 잘났다는 위선자를 용납할 수 없어.

너같이 잘난 척하는 녀석들만 없다면 이 세상이 훨씬 살기 좋아진다, 임마."


늑대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어린 양을 덮쳐서 뼈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습니다.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소화불량 같은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20200426 실로암효명의집 효명교회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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