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에 인색한 사회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예수께 데리고 와 "선생이여 잡힌 여자 한 사람을 예수께 데리고 와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볍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하고 묻습니다. 그들은 예수께 올가미를 씌워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이런 질문을 한 것입니다. 돌로 치라고 하는 경우 자신이 가르친 사랑과 용서의 정신에 반할 뿐 아니라 이처럼 사적으로 형벌을 가하는 것은 로마제국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 되고, 치지 말라고 하는 경우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문제가 되는 난처한 상황입니다. 예수께서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습니다 그들이 대답을 재촉하므로 예수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계속해서 딸바닥에 무엇인가 쓰셨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전혀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은 없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들 유대고 및 기독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기 때문에 교리상으로 죄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떠나가고 예수님과 여자만이 남았습니다. 예수께서 일어나서 그 여자에게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성경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그 유명한 '간음한 여인' 이야기입니다. 쩗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구성도 완벽합니다. 특히 에수게서 군중의 재촉에도 대꾸하지 않고 한참 동안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신 것과 관련하여, 무엇을 쓰셨으며 왜 그랗게 하셨는지 궁금증을 유발하여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땅에 무언가를 쓰신 것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어떤 성경학자는 예수님이 땅에 쓴 것이 이스라엘의 율법이나 성서의 구절이었을 수도 있더고 하지만 꼭 알아 내야 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인에게, 그리고 정죄하고자 하는 군중에게 각자의 죄에 대하여 생각해보도록 하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나아가 예수게서 여인의 죄를 비남하지 않고, 대신 에수님의 존재와 말씀을 통해 그녀를 구원하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고, 인간은 모두 용서를 받아야 할 존재임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비난이 집단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님 말씀에 따라 돌로 치지 않는 경우, 죄 있는 자로 간주될 것을 우려한 탓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입니다. 어차피 세속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잘목을 지적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적정한 균형을 깨트리거나 그 과정에 세상이 너무 거칠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오래 전의 잘못에 나름대로 반성하고 사죄하였음에도 용서하거나 관용하지 못하고 계속 추궁하며 필요 이상으로 단죄하는 세상이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병역 의무를 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가 한국 입국이 제한된 가수 유모씨가 거듭 제지한 비자발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법원은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후천적으로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만 그가 38세가 넘었다면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제판부는 "원고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 20년이 넘는 지금도 '병역을 기피한 재외 국민 동포의 포괄적 체류 자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하면서도 "유씨가 법정 연령인 38세를 넘겼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체류 지젹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가 법적 판단과 용서에 인색한 세상 인심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때로는 용서하고 관용하는 사회가 아름답고 좋은 사회입니다.(전국무총리)
조선일보
2023년 9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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